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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8월의 횡단/하재연 본문
8월의 횡단
하재연
무심코 건널목을 건너다
엄마의 호통에 깜짝 놀라는 아이를 본다.
빨간불에는 횡단하지 않는 법에 대해
한 번 두 번 세 번 아이는
배우게 될 것이다.
세계의 수많은 건널목을 건너다 깜짝 놀라는
아이들과
세계의 수많은 건널목을 달리다 사고를 당하는
고양이들과
내가 오늘 피하지 못한 한 고양이의 시체와
무사하게 어른이 된 한 아이의
뻗은 팔을 생각하는 8월의 저녁이다.
대체로
보고 싶은 당신은
횡단보도의 건너편에 서 있었다.
웃어야 할지 손을 들어야 할지
못 본 척하다 발견해야 할지 어색한 내가
망설이는 동안
횡단보도 건너편의 당신은 영영 사라져 있다.
구름에게 빛들이 조금씩 흡수되는 동안
나는 줄곧 어른이 되어 왔다.
어른이 된 건널목의 건너편에는
팔을 뻗지 못하고 아직 건너지도 못해 어색한
내가 서 있는 저녁이다.
—《포지션》2017년 가을호
하재연 / 1975년 서울 출생. 2002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 『라디오 데이즈』『세계의 모든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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