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분수/한영수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분수/한영수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11. 6. 07:35



분수

 

한영수

   

 

너를 바라볼 수 있게 가슴을 두고

꽃이 열리듯

 

발을 들어올린다 허리 높이로

어깨 높이로 머리 위로

너를 불러오는

최초의 높이로

 

조금만, 조금만 더 가까이

네가 있는 쪽으로

 

정점을 향해 가던 분수는

순간, 정지한다 온몸을 움직여

 

저를 저버린다

 

가지 않는 것 또한

가고 있는 것

 

비는 모를 거다 내리기만 하는

빗방울은 모를 거다

 

콜록거리며 매달릴 줄만 아는

꼭 쥔 주먹은

 

그 하루 눈을 뜨고

솟구치다가 쏟아져 내리는

n개의 눈물

 

완성하기 위해서

있어야 하는 중간

 

저를 독재하는 짐승의 포효

은하를 그린다

제때에 얼굴을 돌리는 것

분수는 아는 거다

 

 

               —《시인동네》 2017년 9월호



한영수 / 전북 남원 출생. 2010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케냐의 장미』『꽃의 좌표』.

'아름다운 시편들 > 명시.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잣말, 그 다음/함성호  (0) 2017.11.12
8월의 횡단/하재연  (0) 2017.11.10
내 가문 손의 삽화(揷畵) /김도연   (0) 2017.11.06
파미르 고원/손택수  (0) 2017.10.31
사람의 자리/이병률  (0) 2017.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