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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440)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2021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책등의 내재율’ 책등의 내재율 엄세원 (본명. 엄인옥) 까치발로 서서 책 빼내다가 몇 권이 기우뚱 쏟아졌다 중력도 소통이라고 엎어진 책등이 시선을 붙들고 있다 반쯤 열린 창문으로 햇살이 배슥이 꽂혀와 반짝인다 정적을 가늠하며 되비추는 만화경 같은 긴 여운, 나는 잠시 일긋일긋 흔들린다 벽장에 가득 꽂힌 책제목 어딘가에 나의 감정도 배정되었을까 곁눈질하다 빠져들었던 문장을 생각한다 감각이거나 쾌락이거나 그날 기분에 따라 수십 번 읽어도 알 수 없는 나라는 책 한 권, 이 오후에 봉인된 것인지 추스르는 페이지마다 깊숙이 서려 있다 벽 이면을 온통 차지한 책등 그들만의 숨소리를 듣는다 어둠을 즐기는 안쪽 서늘한 밀착, 이즈음은 표지가 서로의 경계에서 샐기죽 기울 때 ..
[2021 농민신문 신춘문예-시 당선작] 국수-박은숙 [당선 소감] “절망도 기록하다보면 한편의 시…가족들·교수님께 감사” 박은숙 희망보다는 절망이 무서워 기대를 갖지 않던 때가 있었습니다. 시를 쓰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지만 그 숙련을 묻는 일은 늘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희망보다는 절망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 까닭이겠습니다. 가난했던 젊은 날 겨우 야간고등학교를 마친 것이 전부였던 저는 결혼하고 국숫집을 운영하며 11년째 다시 학교에 다니고 있으면서도 시를 놓지 않으려 애를 썼습니다. 올해초 남편이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했지만, 시 쓰는 일은 지푸라기 한가닥인 양 잡고 있었습니다. 절망이나 체념의 일들도 기록하다 보면 시가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영광된 소식으로..
최초의 충돌 / 김민식 나는 화면 너머의 테니스 경기를 본다 테니스 라켓이 공을 치는 순간 무수한 공중이 한꺼번에 태어난다 고래의 힘줄 산양의 창자 얇게 저며진 살점으로 직공은 라켓을 짠다 종선과 횡선이 지나간 사이에 태어나는 눈 공중에 이름을 붙이는 최초의 노동이었다 천사를 체로 걸러낼 수 있다고 믿은 프랑스인이 있었다 축과 축의 직교 속에서 성령은 좌표를 얻었다 의심 속에서 의심도 없이 체의 촘촘한 눈을 세는 귀신의 눈은 비어 있다 눈알만 파먹힌 생선들이 부둣가에 쌓여 있다 백경白鯨의 투명한 수정체 멸종된 거대 수각류의 담석 전체를 상상하면 그것들은 차라리 허공이었다 한국의 산에는 호랑이 모양 구멍이 반드시 하나씩 있으며 돌탑 위에 둥근 돌을 하나 올려도 산이 무거워지는 ..
오리너구리를 아십니까? 오리너구리,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아에게 아무렇게나 이름을 짓듯 강의 동쪽을 강동이라 부르고 누에 치던 방을 잠실이라 부르는 것처럼 나를 위하여 내가 하는 일은 밖과 안을 기우는 것, 몸을 실낱으로 풀어, 헤어지려는 세계를 엮어, 붙들고 있는 것 그러면 사람들은 나를 안팎이라고 부르고 어떻게 이름이 안팎일 수 있냐며 웃었는데요 손아귀에 쥔 것 그대로 보이는 대로 요괴는 그런 식으로 탄생하는 겁니다 부리가 있는데 날개가 없대 알을 낳지만 젖을 먹인대 반만 여자고 반은 남자래 강물 속에서도 밖에서도 쫓겨난 누군가 서울의 모든 불이 꺼질 때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알고 계셨나요? 기슭에 떠내려오는 나방 유충을 주워 먹는 게 꽤 맛있다는 거 잊을 수 없다 모두가 내 무릎에 올려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