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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내 이름은 파랗게 일렁이는 발목 김나영 지난여름 기습적 폭우가 한강 산책로를 짓밟고 지나갔다 낭창낭창한 꽃대를 자랑하던 꽃길이 곤죽이 되었다 구청 관리들이 그 자리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을 때 매복하고 있던 야생이 먼저 숟가락을 꽂았다 강아지풀, 돌피, 개밀, 가는털비름, 털빕새귀리가 ‘인디언 사회에는 잡초라는 말이 없다’는 전언 앞세우고 낡음 낡음한 멜빵바지에 손가락 삐딱하니 찔러 넣고서 동네 건달처럼 짝다리를 짚고서 건들건들 헝글헝글 그 행색이 하나같이 시시하고 껄렁껄렁해 보이지만 트릭이다, 저들은 야생당(野生黨)이 키우는 비밀병기다 봐라, 강아지풀 외엔 암호 같지 않은가, 저 이름들 화가 폭발하면 아스팔트도 씹어 먹는 녹색 괴물들이다 조명발 한번 받아본 적 없지만 저 분야의 베테랑들이다 끝났다 싶을 ..
[명시산책, 오디오시] 나 하나 꽃피어 /시 조동화, 시낭송 이서윤 나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내 안의 자연을 일깨우는 소리', 『낭송 동의보감 내경편』 허준지음. 임경아.이민정 풀어읽음. 고미숙기획 “지인至人:도를 깨달은 사람은 병이 나기 전에 다스리고 의사는 병이 난 뒤에 다스린다. 병이 나기 전에 다스리는 방법에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과 수양하는 것이 있다.” '동의보감은 의서임에도 '병'보다는 '생명활동'에 중점을 두고 병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양생법을 강조하고 있다. 양생법은 말 그대로 ‘잘사는 방법’인데 태어날 때 천지로부터 받은 기운을 잘 아끼고 보양하라는 것이다. 이 방법은 계절의 변화에 맞게 잠자고 일어나며, 음식은 담백하고 적당히 먹는다. 몸을 너무 많이도 쓰지도 않고 , 너무 게으르게 늘어지지도 않게 한다. 마음은 도를 닦는 것처럼 고요하게 한다. - 『낭송 동의보감 내경편..
최소한의 겨울로만 이혜미 열매를 믿고 싶어지는 순간도 있었지 나무의 슬픔을 저장하려 술을 담그고 낙과들이 머문 자리마다 멍울지던 얼룩을 바라본다 유리병에 담긴 겨울 포도들이 귓속의 동굴 속으로 잠겨 들면 꿈이 잠을 벗어나듯 과실은 계절로부터 풀려나오지 지하 창고에는 작은 은스푼으로 조금씩 모아두었던 겨울잠의 냄새가 고여 있고 잠의 녹는점을 알기 위해 한 시 전에는 불을 끄고 손을 모으고 최소한의 생각만을 해 멀리로 오래전의 깊이 속으로 나무가 뿌리를 하염없이 휘저으며 꿈속에 두고 온 깃털을 찾듯이 이제는 너의 두 귀가 밀봉된 날개라고 믿어 귀퉁이가 깨진 세계를 털며 나무에게서 떠나가는 새처럼 열매가 자신의 그림자를 만나러 갈 때 늦은 배웅에는 긴 연습이 필요했다고 ⸺반년간 《상상인》 2021년 1월,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