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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잎/최문자 본문
잎
최문자
누구의 잎으로 산다는 것
단 한 번도 내가 없는 것
새파란 건 새파랗게 울고 싶다는 뜻
뒤집혀도 슬픔은 똑같은 색깔이 된다
누구의 잎으로 산다는 건
많이 어둡고 많이 중얼거리고 많이 울먹이다 비쩍 마르고
많이 죽고 죽어서도 가을이 그렇듯 몇 개의 마지막을
재로 만들고
잘 으깨져서 얼어붙고 많이 망각되고
붉은 탄피처럼 나뒹굴고
사방에서
연인들은 마른 소리를 내며 밟고 가는 것
누구의 잎으로 산다는 건
한 번도 꽃 피지 않는 것
어금니를 다물다 겨울이 오고
마치 생각이 없다는 듯
모든 입술이 허공에서 죽음과 섞이는 것
—《시와 표현》 2017년 12월호
최문자 / 서울 출생.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귀 안에 슬픈 말 있네』『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울음소리 작아지다』『나무고아원』『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사과 사이사이 새』『파의 목소리』. 시선집 『닿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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