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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 새/권달웅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저물녘 새/권달웅

시낭송행복플러스 2018. 1. 22. 10:58



저물녘 새


   권달웅




어느새 붉어진 마가목 열매가

노을 지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갈대가 흔들리는 어스름 길로

울면서 돌아오는 새끼염소 울음이

잊혀진 옛 노래 가사처럼

애잔하게 가물거린다.


앉을자리를 찾아

아픈 날개를 파닥이는 새들이

외딴집 불빛처럼

갈대숲에 내려앉는다.


잘 가거라.

정처 없이 떠나가는 박주가리 씨앗이

새털을 달고 날아가는

저물녘 하늘.




                      —《미네르바》2017년 겨울호



권달웅 / 1944년 경북 봉화 출생. 1975년 《심상》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해바라기 환상』『사슴뿔』『바람부는 날』『지상의 한사람』『내 마음의 중심에 네가 있다』『크낙새를 찾습니다』『반딧불이 날다』『달빛 아래 잠들다』『염소 똥은 고요하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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