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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에 기대어/ 최두석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단풍나무에 기대어/ 최두석

시낭송행복플러스 2018. 2. 5. 09:54



단풍나무에 기대어


 최두석




아무리 잘 물든 단풍나무라도

낱낱의 잎사귀를 들여다보면

흠 없는 잎은 없다

멀리서 보면 눈부시게 휘황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상처투성이다


하지만 구태여

가을날 잘 물든 단풍나무를 찾아

기대어 서는 것은

상처 많은 삶을 위로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중충하게 늙지 않기 위해서다


때 맞추어 잎 떨구지 못하고

얼어붙은 잎 잔뜩 매달고 있는 나무는

얼마나 추레한가.



    ㅡ『숨살이꽃』 (문학과 지성사, 2018년 1월)




최두석/ 1955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교육과와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0년 『심상』에 「김통정」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대꽃』 『임진강』 『성에꽃』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꽃에게 길을 묻는다』 『투구꽃』이, 평론집으로 『리얼리즘의 시정신』 『시와 리얼리즘』 등이 있다. 2007년 불교문예작품상, 2010년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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