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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초라한 짐승/ 김태형 본문
초라한 짐승
김태형
화산재가 내려앉은 듯 굽은 골목으로
두 발자국이 남아 있을 뿐
누구였을까
어디로 가고 있었을까
가까스로 남은 쭈그러진 허기와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저주와
한 줌의 주먹으로 남은 황막한 곳에서
내가 말하는 것들이 하나씩 태어나기를 기다렸다
기다린다는 말은 숨기에 좋은 말이다
가죽나무 아래에서 왜 새가 우는지 아무도 몰라도
벽 뒤에서 밤이 지나간 것을 알고 있다
액자를 떼어내도 그 벽은 있다
소파를 옮겨도 먼지를 쓸어내도
긴 밤은 여전히 깊고 긴 밤으로 남아 있다
못을 쳐서 다시 벽을 만들어도
그 뒤에 지난밤이 지나가고 있다
올려다보면 다 고요하다
귀만 자꾸 멀어지는 비가 내린다
나는 내가 한 말이라도
내가 한 말은 내가 되었더라도
아픈 건 드러낼 수가 없다
내가 되지 않으려고 나는 자꾸만 무슨 말인가를 하곤 했다
마른 잎 떨어져 찬바람에 내내 귀가 시린
그런 슬픔 속에 살라고
목젖에 마흔 개의 가시가 박힌 새가 운다
왜 가죽나무 아래 새가 우는지 아는 이 하나 없어도
ㅡ《문학사상》 2017년 12월호
김태형 / 1970년 서울 출생. 1992년 《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집 『로큰롤 헤븐』『히말라야시다는 저의 괴로움과 마주한다』『코끼리 주파수』『고백이라는 장르』, 시선집『염소와 나와 구름의 문장』, 산문집 『이름이 없는 너를 부를 수 없는 나는』『아름다움에 병든 자』『하루 맑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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