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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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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鹿砦* 생각

시낭송행복플러스 2018. 3. 21. 07:30



鹿砦* 생각

 

   고재종

 

 

 

그 산중에 없는 나는

그 산중을 생각한다

사슴울타리를 굳게 친 산중 생각에

나는 여기에 없는 나인 것이다

본래 관직에 나아간 바 없으니

무슨 귀거래의 산중은 아니고

발밑이 푹푹 빠지도록

고요가 쌓이면

웬 스님의 두런거림 같은 것이

청태 낀 암반 위에 만년설처럼 내려앉는

산중의 나무그늘 아래거나

혹은 새소리의 구중궁궐에 앉아서

사라져 버린 호랑이 생각도 아니하고

바람난 구름장에도 아니 설레고

밤이면 별 아래서

별을 우러러보아야 하는

지상의 삶의 내력을 서러워하며

다만 그 산중에 있는 생각이다

호젓한 은거라 해도 따질 생각은 없지만

아직은, 십 리는 더 남은 날의

시린 물소리가 되레 산중으로 흘러드는

그 맑은 반짝임을 듣게 되어서

나는 방 안에 산중을 몰래 들여

외로움 몇 굽이를 홀로 넘는 것이다

 

 

   * 왕유의 시 제목

 

 

                   ㅡ계간 《시와 정신2017년 겨울호



고재종 / 1957년 전남 담양 출생. 1984실천문학신작시집시여 무기여에 시 8편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새벽 들』『사람의 등불』『날랜 사랑』『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쪽빛 문장』『꽃의 권력, 육필 시선집방죽가에서 느릿느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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