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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은어/조창환

시낭송행복플러스 2018. 4. 8. 09:45



은어


  조창환




반짝 빛난 것이 비늘이었던가

수양버들 그늘 사이 봄빛이었던가


섬진강 물길에는 봄 벚꽃 잎 하르르 쏟아지고

은어 떼는 흰 나비처럼 자유롭다


백자 항아리에 매화 그늘 비치듯

강물을 끌어안은 은어 떼가 얼비친다


한때 불이었고, 한때 바람이었고

한때 그리움이었고, 한때 사랑이었던


그러나 지금은

한 천년쯤 저쪽에 있는


헬리콥터 자국 같은

은어 떼 간다



                   —계간《시인수첩》2018년 봄호



조창환 / 1945년 서울 출생.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빈집을 지키며』 『라자로 마을의 새벽』『그때도 그랬을 거다』 『파랑눈썹』『피보다 붉은 오후』『수도원 가는 길』『마네킹과 천사』『벚나무 아래, 키스자국』『허공으로의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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