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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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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이방인/김은상

시낭송행복플러스 2018. 4. 8. 10:59



이방인

 

   김은상

 

 

 

불멸이 오고 불멸이 떠나가는 순간을

나는 아그네스라 부른다.

 

눈보라가 망쳐버린 공중,

그곳에만 무지개는 아름다웠고

 

달의 하현엔 늘 폐허가 고여 있었다

그대라는 오해를 사랑하였다.

 

길흉에 대한 예감은 지도가 아니었으므로

순록은 기별 없는 유목을 마쳤다.

 

신앙도 신념도 잃은 지 오래인데,

버드나무 안에 우물을 그려두었다.

 

하루 종일 추운 공중을 바라보다가

사는 일이 불륜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모든 이별을 위로하기 위해

바람이 불어온다 쳐도

 

동쪽은 늘 똑같은 동쪽,

누구나 한번쯤 그대를 기다린 적 있다.

 

번개처럼 천둥처럼 잉태한 아그네스를

나는 사치라고 말한다.

 

눈보라를 걸어 귀향한 순록의 울음,

거울 속의 불면을 간질이고 있다.

 

 

 

                     ⸻계간 시현실2018년 봄호



김은상 / 1975년 전남 담양 출생. 2009실천문학신인상으로 등단. 2013년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시집유다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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