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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이방인/김은상 본문
이방인
김은상
불멸이 오고 불멸이 떠나가는 순간을
나는 아그네스라 부른다.
눈보라가 망쳐버린 공중,
그곳에만 무지개는 아름다웠고
달의 하현엔 늘 폐허가 고여 있었다
그대라는 오해를 사랑하였다.
길흉에 대한 예감은 지도가 아니었으므로
순록은 기별 없는 유목을 마쳤다.
신앙도 신념도 잃은 지 오래인데,
버드나무 안에 우물을 그려두었다.
하루 종일 추운 공중을 바라보다가
사는 일이 불륜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을 모든 이별을 위로하기 위해
바람이 불어온다 쳐도
동쪽은 늘 똑같은 동쪽,
누구나 한번쯤 그대를 기다린 적 있다.
번개처럼 천둥처럼 잉태한 아그네스를
나는 사치라고 말한다.
눈보라를 걸어 귀향한 순록의 울음,
거울 속의 불면을 간질이고 있다.
⸻계간 《시현실》 2018년 봄호
김은상 / 1975년 전남 담양 출생. 2009년 《실천문학》신인상으로 등단. 2013년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시집『유다복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