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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앞에서 꽃들은 어두워진다 (외 1편)/박노식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노을 앞에서 꽃들은 어두워진다 (외 1편)/박노식

시낭송행복플러스 2019. 6. 20. 23:34



노을 앞에서 꽃들은 어두워진다 (1)

 

   박노식

 

 

 

노을 앞에서 둥글고 환한 꽃들은 어두워진다

 

바람이 불고

문득 한 꽃잎이 지고

쌓인 꽃들이 서로 물들며 한 생을 이루는 동안

저녁이 오고

한 계절이 흘러간다

 

울면서 걸어가는 낯익은 젊은 여자를 보던 그날은 내가 아팠지만 이웃집 목련꽃이 왜 서글픈 표정을 지었는지 그때 알게 되었다

 

인연은 그림자처럼 서툰 포옹도 없이 사라지는 것

 

해질녘에 바삐 한 그루 미루나무에게로 가서 나를 놓아버렸다

 

 

 

빗방울 앞에서

 

시인만이 아닌,

빗방울도 노래를 간직하고 있어서

나의 귀가 숙연해진다

 

먼 굴참나무 숲과 산 아래 대숲과 빈집 오디나무 작은 잎들, 그리고 호박잎, 토란잎, 한 이랑의 웃자란 배추 겉잎들이 자글거린다

 

종일 저 소리 두 귀에 숨어서 이마의 주름살이 가벼워졌다

 

 

            ⸺시집 시인은 외톨이처럼(20193)



박노식 / 1962년 광주 출생. 조선대 국문과, 전남대 대학원 국문과 수료. 2015유심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시인은 외톨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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