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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강둑에서/박미란 본문
강둑에서 (외 2편)
박미란
부추꽃 자잘한 그곳에 앉아
우리는 부추꽃도 강물도 얘기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기에 뭔가를 간직하고 싶어졌다
물살을 거스르던 청년들이 강의 이쪽과 저쪽을 건너는 사이
우리는 허물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못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저쪽 너머를 바라보았지만
어떤 말은 그대로 몸속에 머물렀다
우리는 다시 흔들렸다 물어도 답할 수 없는 풍경에 가만히 숨을 내쉬며
누구나 한 번쯤 놓쳐본 적 있는
늦었다는 말은
얼마나 오래되었던지
강둑으로 불어오던 바람이 서로를 보지 못하게 머리카락을 허공으로 흩뜨려버렸다
아침이 오면 그곳으로 갈 수 있을까
아무래도 손은
가슴에 붙은 느낌이 들어요
당신의 손짓,
어디 같이 가자고 한 것도 아닌데
가슴이 떨리고 있잖아요
창문에 나부끼는 앞날을
바람이 데려갔으면 좋겠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누군가를 대신해 오래 살았고
아침이 오면 그곳으로 갈 수 있을까
당신은 마음을
멀리 던져놓으라 했지만
그 말이 어려워 종일 흔들리고 있어요
말라가는 공기와
떠다니는 낙엽들 사이로
손은 가슴을 쓸어내리려 그곳에 얹어져요
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
오래 버티던 그녀가 쓰러졌다
아름다운 중심과 술렁이는 가지 끝
목구멍에서 흰 피가 솟구쳤다
비가 내렸고
벽오동이 가장 먼저 찾아와
찢어진 입으로 밥 받아먹고 있었다
세상은 사시사철 빗속이거나 진흙탕물이라고
잠이나 실컷 자둬야 한다는 잎도 있었다
한때 그녀는 수천 개의 잎을 가졌다 버리지도 거두지도 못한 입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날마다 어둡게 빛나면서 자랐다
모든 잎들이 한꺼번에 거대한 입속으로 빨려들고
그녀가 지고
흰 달이 뜰 때까지
죽은 입들이 떠돌아다닌다
숨죽여 새잎이 돋아나려면 얼마나 많은 입과 소원이 필요한 걸까
그러니까
아득한 것들이 더 아득해지기까지
⸺시집 『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 (2019년 2월)
박미란 / 1964년 강원도 황지 출생. 계명대학교 간호학과 졸업, 계명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5년 〈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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