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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푸른 늑대를 찾아서/이재무 본문
푸른 늑대를 찾아서
이재무
내 생전 언젠가는 찾아갈 거야, 푸른 고독
광도 높은 별들 따로 떨어져 으스스 춥고
쩡쩡 우는 한겨울 백지의 광야
방랑과 유목의 부족 찾아갈 거야
처음 그들은 낯선 이방인 적의로 맞겠지만
청동빛 근육에서 동족의 피냄새를 맡고는
마음의 시장기 무청처럼 퍼런 얼굴 앞에
네발 달린 짐승 하나 불쑥 적선하겠지
난 날짐승을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그들의 배려
예 갖추어 달게 삼키고 언 강 깨서 입 축이고
그새 허물없어진 그들과 나란히 식구로 서서
컹, 컹, 컹 산과 하늘 크게 들었다 놓고
깊고도 서늘한 눈빛, 길게 세워 다투듯
무인지경 내달릴 거야 가도 가도 끝없는 광대무변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때까지
초원에서는 더러 행위와 동기가 한몸이라서
더운 피가 시키는 대로 달리는 것뿐
딴뜻 있어 달리는 것은 아니지
달리고 또 달리다 보면 맨발에 달라붙는 진흙 같은
잡념 따위 바람 앞에 검불로 흩어지고
걸핏하면 찾아와 몸과 마음 물어뜯던
까닭 없고 대상 없던 우울과 초조,
울분이며 분노 따위 햇살 만난 눈처럼 사라지겠지
초원의 파수꾼, 떠돌이 협객, 외로운 사냥꾼
내 생전 언젠가는 찾아갈 거야
한 마리 변방의 야생을 살며 폭설 내린 어느날
비축해둔 식량마저 떨어지면 파오 우리 덮치다가
불 뿜는 총구 앞에서
한점 비명, 회한도 없이 장렬하게 전사할 거야
이재무/1958년 충남 부여 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수료. 1983년 '삶의문학', '실천문학', '문학과사회' 등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섣달 그믐',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벌초', '몸에 피는 꽃', '시간의 그물', '위대한 식사', '푸른 고집'. 산문집 '생의 변방에서'. 공저 '우리시대의 시인 신경림을 찾아서'. 편저 '대표시, 대표평론 I·II'. 제2회 난고문학상, 편운문학상, 제1회 윤동주시상 수상. 현재 동국대학교 문창과 대학원 등에서 시창작 강의. 계간 시 전문지 '시작'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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