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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혼자 사는 집/강성은 본문
혼자 사는 집
강성은
여름이 되자 이웃의 누군가 우리 집 마당 한 귀퉁이
바다로 이어지는 길을 이용해도 되겠냐고
그러라고 했더니
다음 날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평상을 펴고 수영복을 입고 모래찜질을 하고
마당이 자꾸 넓어지는 것 같고
아는 동생이 거기서 음료를 팔아도 되겠냐고 하고
그러고 보니 바다가 너무 가까이 있고
여름을 닫고 싶어 나는
대문을 잠가버릴까 하고
커다란 자물쇠를 사 왔는데
문에 걸지를 못하고
이 집의 주인은 나인데
여름의 주인은 아닌 것 같고
바다가 내 집을 통과해야 나온다는 걸
미처 모르고 있었다
바다는 계속 그곳에 있는데
미처 모르고 있었다
겨울이 얼마나 긴지
바다가 얼마나 사나운지
아무도 없는 겨울 바다를
나 혼자 보고 있다
⸻계간 《창작과비평》 2020년 여름호
-----------
강성은 / 1973년 경북 의성 출생. 2005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시 등단.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Lo-fi』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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