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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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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혼자 사는 집/강성은

시낭송행복플러스 2020. 6. 23. 13:22

혼자 사는 집

 

강성은

 

 

 

여름이 되자 이웃의 누군가 우리 집 마당 한 귀퉁이

바다로 이어지는 길을 이용해도 되겠냐고

그러라고 했더니

다음 날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평상을 펴고 수영복을 입고 모래찜질을 하고

마당이 자꾸 넓어지는 것 같고

아는 동생이 거기서 음료를 팔아도 되겠냐고 하고

그러고 보니 바다가 너무 가까이 있고

 

여름을 닫고 싶어 나는

대문을 잠가버릴까 하고

커다란 자물쇠를 사 왔는데

문에 걸지를 못하고

 

이 집의 주인은 나인데

여름의 주인은 아닌 것 같고

 

바다가 내 집을 통과해야 나온다는 걸

미처 모르고 있었다

 

바다는 계속 그곳에 있는데

미처 모르고 있었다

 

겨울이 얼마나 긴지

바다가 얼마나 사나운지

 

아무도 없는 겨울 바다를

나 혼자 보고 있다

 

 

계간 창작과비평202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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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 1973년 경북 의성 출생. 2005문학동네신인상으로 시 등단.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Lo-fi』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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