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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백 나라를 다녀온 후배에게/황동규 본문
후배의 전화:
뵙고 싶지만 코로나 좀 가시면 전화 올리겠습니다.
생각이 좀 다르지만 나도 그게 좋겠다고 했지.
코로나 거리 두기에다 눈병으로 혼술도 못하는 지금
덜 붐비는 찻집 하나 골라
그동안 덮인 마음 더께 함께 벗겨도 좋으련만.
작년 가을 만났을 때
그는 방금 백 나라에 다녀왔다고 으쓱해 했어.
(으쓱할 만하지.
얼마 전까지 직장 갖고도
틈틈이 찾아간 나라가 백이 됐으니.)
백 나라라니!
인천 노을과 가까운 강화 노을도 다른데
적어도 백 개의 다른 노을과
노을마다 색다른 술맛을 즐겼으리.
모히토도 고장마다 조금씩 차이 나게 빚는다던데.
괭이갈매기들 정신없이 나는 강화 펄에만 가도
불현듯 바다 안개 몰려와
저녁해와 섬과 갈매기를 한꺼번에 삼키고 물소리만 남겨
저녁놀을 밑바닥부터 바꾸기도 하는데
나폴리 해변 가득 환한 석양에 막혀
길 잃은 적은?
짐 푼 백 나라의 골목을 적시던 불빛들도
하나하나 다른 질감으로 그의 마음에 들었으리.
단 훗날,
세상 뜰 때
돌아가며 켜졌다 꺼졌다 하는 서로 다른 수없는 불빛이
그를 세상 밖으로 나가기 힘들게 하진 않을까?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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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규 / 1938년 서울 출생. 195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풍장』『겨울밤 0시 5분』『사는 기쁨』『오늘 하루만이라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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