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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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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COVID-19/ 채수옥

시낭송행복플러스 2021. 12. 20. 08:22

COVID-19

 

채수옥

 

 

 

하염없이 우거지는 잠이 보입니다 깊게 뿌리내리는 짐승이라

고요 매일 다섯 통의 피를 뽑아가니 원인도 모른 채 침대는 야

위어갑니다

 

나를 열어보세요 내용물은 보라입니다 침대 밖 국경까지는 얼

마나 남았습니까 얼굴을 뒤집어 보면 줄거리가 요약되나요 나

는 아직 전염에 취약합니까

 

이곳에서 할 일은 단지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똥을 눈 다음, 브리

스톨 스툴 차트에 따른 유형을 보고하는 일 나는 아직 7번 타입

입니다 완전 액체 소세지 타입으로 진입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요

 

나의 잠은 아직 소독 중입니까

 

우리는 설사 같은 관계라 할 수 있을까요 상식이 액체로 흘러

바닥을 적시는 날이 오면 고글을 쓰고 우주복을 입은 자들이 인

간들을 수거해 간다지요

 

옆구리에 바구니를 끼고 침대에서 굴러 떨어진 눈알들을 주워

담습니다 아직 감겨지지 않은 눈빛들을 크고 흰 장갑으로 쓸어

내리며

 

밤의 부피는 점점 늘어갑니다

 

침대를 열어 보세요 잠들다 지친 엇박자의 날들과, 눕고 일어나

앉는 동작들이 쌓여 날개가 됩니다, 곧 날아오르는 침대를 보게

될 거예요

 

잠들면 안 돼

 

우리는 깨어 근신하며 야생의 표정을 지켜봐야 합니다 소리 없이

밀고 올라오는 칸나의 혓바닥에 나는 아직 둘둘 감겨있습니다 항

생제의 날들은 계속되고

 

뜨거운 이마 위로

눈이 내려 쌓입니다

 

 

 

⸺계간 《시와 편견》 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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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옥 / 1965년 충남 청양 출생. 2002년 《실천문학》으로 시 등단.

시집 『비대칭의 오후』 『오렌지는 슬픔이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