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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본문

[명시산책]/이서윤 시낭송모음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시낭송행복플러스 2021. 12. 18. 08:49

 

〔한국현대대표시모음〕 이서윤 시낭송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이기철(1943~ ).경남 거창출생. 영남대 국문과 졸업.영남대 문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198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문학가. 1972현대문학오월에 들른 고향등이 추천되어 문단에 나온 뒤 자유시동인으로 활동. 시집으로 낱말 추적(1974) · 청산행(靑山行)(1982) · 전쟁과 평화(1985) · 우수의 이불을 덮고(1988) · 내 사랑은 해지는 영토에(1989) ·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1993) · 열하를 향하여(1995) · 유리의 나날(1998). 별까지는 가야 한다(2014)영원 아래서 잠시(2021)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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