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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를 꿈꾸다- 이정록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물소리를 꿈꾸다- 이정록

시낭송행복플러스 2014. 5. 21. 12:43

 

물소리를 꿈꾸다

이정록

 

 

번데기로 살 수 있다면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한겨울에도, 뿌리 끝에서 우듬지 끝까지
줄기차게 오르내리는 물소리
고치의 올 올을 아쟁처럼 켜고
나는 그 소리를 숨차게 쟁이며
분꽃 씨처럼 늙어갈 것이다
고치 속이 눈부신 하늘인 양
맘껏 날아다니다 멍이 드는 날갯죽지
세찬 바람에 가지를 휘몰아
제 몸을 후려치는 그의 종아리에서
겨울을 나고 싶다 , 얼음장 밑 송사리들
버드나무의 실뿌리를 젖인 듯 머금고
그때마다 결이 환해지는 버드나무
촬촬, 물소리로 울수 있다면 날개를 달아도 되나요?
슬몃 투정도 부리며 버드나무와 한 살림을 차리고 싶다 .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문학과 지성사 )

 

 

이정록 시인/ 1964 충남 홍성 출생. 1989 대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3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풋사과의 주름살',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제비꽃 여인숙', '의자'
동화책 '귀신골 송사리', '십 원짜리 똥탑' 동시집 '콧구멍만 바쁘다'가 있다. 2001년 제20회 김수영
문학상, 2002년 제13회 김달진 문학상 , 2013년 제8회 윤동주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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