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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수로부인의 얼굴

시낭송행복플러스 2014. 5. 28. 13:26

 

수로부인의 얼굴

서정주


1
암소를 끌고 가던
수염이 흰 할아버지가

그 손의 고삐를
아조 그만 놓아 버리게 할만큼,

소 고삐 놓아두고
높은 낭떠러지를
다람쥐 새끼 같이 뽀르르르 기어오르게 할만큼,

기어 올라 가서
진달래 꽃 꺾어다가

노래 한 수 지어 불러
갖다 바치게 할만큼,

2
亭子에서 點心먹고 있는 것
엿 보고
바닷 속에서 龍이란 놈이 나와
가로 채 업고
천길 물속 깊이 들어가 버리게 할만큼,

3
왼 고을안 사내가
모두 몽둥이를 휘두르고 나오게 할만큼,
왼 고을안 사내들의 몽둥이란 몽둥이가
한꺼번에 바닷가 언덕을 아푸게 치게 할만큼,

왼 고을안 말씀이란 말씀이
모조리 한꺼번에 몰려 나오게 할만큼,
「내놓아라
내놓아라
우리 水路
내놓아라」
여럿의 말씀은 무쇠도 녹인다고
물 속 천리를 뚫고
바다 밑바닥까지 닿아가게 할만큼,

4
업어간 龍도 독차지는 못하고
되업어다 江陵 땅에 내놓아야 할만큼,
안장 좋은 거북이 등에
되업어다 내놓아야 할만큼,

그래서
그 몸둥이에서는
왼갖 용궁 향내 까지가
골고루 다 풍기어 나왔었었느니라.

 


서정주 시인/ 1915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났다. 보통학교에 들어가기 전 3년간 한학을 배웠으며, 중앙고등보통학교를 중퇴한 뒤 석전 박한영의 권고로 중앙불교전문학교에 입학하였다.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벽'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으며, 같은 해 김동리, 이용희, 오장환 등과 함께 동인지 '시인부락'을 창간하여 동인지 활동을 하였다. 1941년 첫 시집 '화사집' 이후 '귀촉도', '서정주 시선', '신라초', '동천', '질마재 신화', '떠돌이의 시', '서으로 가는 달처럼', '학이 울고 간 날들의 시', '안 잊히는 일들', '노래', '팔할이 바람', '산시', '미당 서정주 시전집'(전2권), '늙은 떠돌이의 시'를 출간하였다. 위의 시집 외에 '국화 옆에서', '미당 서정주 시전집'이 있으며, 그 밖의 책으로는 시론서 '시문학원론', '시창작교실', '시창작법' 등이 있고, 수필 '미당의 세계유랑기', '안 끝나는 노래', '나의 문학 나의 인생', '내 영혼의 물빛 라일락', '학이 울고 간 날들의 시', '안 잊히는 일들', '문학을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소설 '박사 장이소의 산책', 전기 '김좌진장군전', '한국의 현대시', '세계민화집'(전5권),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서정주 세계민화집' (전5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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