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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여독 - 윤성택 본문
여독(旅毒)
윤성택
여행은 여독에 이르러 생을 투병한다
늙은 시간은 때때로 추억을 꺾어
불을 지피지만 우리는 덜 마른 이정표를 위해
검은 잉크를 눈동자에 찍는다
카메라에 번지는 날이 화소에 고이면
끈질기게 자라는 시간들, 무성한 청춘이
한때의 파일로 빽빽하게 끼인다
그러니 순조롭게 사람을 잊는다는 건
그 경로가 당신의 빈 폴더에 있기 때문이다
떠나고 두고 온 것은 언제나 다가올 것의 표정을 짓는다
여행을 앓는 사람이
사라진 계절 저편에서 걸어오고 있다
-《현대시》2014년 5월호
윤성택 시인 / 충남보령출생, 2001년 《문학사상》신인상에 「수배전단」외 2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리트머스』
『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그 사람 건너기』헤이리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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