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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여독 - 윤성택

시낭송행복플러스 2014. 6. 15. 10:19

 

여독(旅毒)

윤성택

 

 

여행은 여독에 이르러 생을 투병한다

늙은 시간은 때때로 추억을 꺾어

불을 지피지만 우리는 덜 마른 이정표를 위해

검은 잉크를 눈동자에 찍는다

카메라에 번지는 날이 화소에 고이면

끈질기게 자라는 시간들, 무성한 청춘이

한때의 파일로 빽빽하게 끼인다

그러니 순조롭게 사람을 잊는다는 건

그 경로가 당신의 빈 폴더에 있기 때문이다

떠나고 두고 온 것은 언제나 다가올 것의 표정을 짓는다

여행을 앓는 사람이

사라진 계절 저편에서 걸어오고 있다

 

 

  -《현대시》2014년 5월호

 

 

윤성택 시인 / 충남보령출생, 2001년 《문학사상》신인상에 「수배전단」외 2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리트머스』

『감(感)에 관한 사담들』, 산문집『그 사람 건너기』헤이리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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