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탄센의 밤 - 나희덕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탄센의 밤 - 나희덕

시낭송행복플러스 2014. 8. 17. 12:24

 

 

탄센의 밤

나희덕

 

 

1.

이것은 불의 노래,

노래할 때마다 등불이 하나씩 켜져요

불은 번져가고

몸이 점점 뜨거워져요

강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노래를 불러요

강물도 끓어오르기 시작해요

뜨거워요 뜨거워요 너무 뜨거워요

사랑이여, 도와줘요

비의 노래를 불러줘요 비를 불러줘요​

2.

이것은 비의 노래,

노래할 때마다 불꽃이 하나씩 꺼져요

비가 내리고

몸이 점점 식어가요

강물도 가라앉기 시작해요

기다려요 기다려요 조금만 더 기다려요

이 소나기가 당신을 적실 때까지

사랑이여, 사라지지 말아요 노래를 불러줘요

3.

그러나 노래의 휘장은 찢겨지고

비에 젖은 잿더미만 창백하게 남아 있는 밤

불과 비도

어떤 노래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 밤

 

 

    -《문학사상》2014년 6월호

 

 

나희덕 시인/ 1966년 2월 8일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시집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등을 발표했으며,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출간했다. 김수영문학상 · 김달진문학상 ·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름다운 시편들 > 명시.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벽 - 송재학  (0) 2014.08.29
풀이 마르다 - 손택수  (0) 2014.08.29
여독 - 윤성택  (0) 2014.06.15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형도  (0) 2014.06.15
헌화가 - 임동확  (0) 2014.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