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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숲/ 김경인 본문
숲
김경인
오래도록 여기를 걸었다
때때로 유령처럼 우는 없는 꼬리를 높이 쳐들고
넓은 이파리들은 종 치듯 소리를 흘려보내고
순례, 꼬리가 완전히 나를 잊을 때까지
나는 네 번 돌아온다, 세 번 실패한 후에
모든 걸음들을 기록하러
썩은 뿌리 냄새에 취해 구르는 돌처럼
나는 꿈에서조차 뿌리가 자랄까 두려운 나무
영영 분실되지 않는 단추
나라는 이름을 달랑거리기
꼬리가 잘린 자가 연주하는 무조음의 밤
엉망진창 더 걸어야 하리
시드는 낙엽 얼굴을 무심히 쓰다듬으며
헛간에서 혼자 썩어가는 쥐처럼
감정이 차곡차곡 죽어가는 밤
너에게로 가는 기차— 망가진 뒤축처럼
진창에 처박힌 악취 나는 씨앗처럼
무덤 위의 상한 백합처럼
흔들리는 숲
산책, 더 많은 죽음에 실패할 때까지
내가 토해낸 끈적거리는 얼굴들
어떤 아름다움과도 무관하게
-《시산맥》2015년 가을호
김경인 시인/ 1972년 서울 출생. 2001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한밤의 퀼트』『얘들아, 모든 이름을 사랑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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