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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세계명시

시학/아치볼드 매클리시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1. 22. 16:58



시학/아치볼드 매클리시



시는 감촉할 수 있고 묵묵해야 한다

구형의 사과처럼

무언(無言)이어야 한다

엄지손가락에 닿는 낡은 훈장처럼

조용해야 한다

이끼 자란 창턱의 소맷자락에 붙은 돌처럼

시는 말이 없어야 한다

새들의 비약처럼

시는 시시각각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마치 달이 떠오를 때처럼

마치 달이 어둠에 얽힌 나뭇가지를

하나씩 하나씩 놓아주듯이

겨울 잎사귀에 가린 달처럼

기억을 한하나 일깨우며 마음에서 떠나야 한다

시는 시시각각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마치 달이 또오를 때처럼

시는 비둥해야 하며

진실을 나타내지 않는다

슬픔의 모든 역사를 표현함에

텅 빈 문간과 단풍잎 하나

사랑엔

기운 풀과 바다 위의 등대불들

시는 의미해선 안되며

존재해야 한다 




매클리시(Archibald MacLeish)/ 1892. 5. 7, 미국 일리노이 글랜코-1982. 4. 20, 보스턴. 미국의 시인·극작가·교사·공무원.

그의 유명한 서정시들은 대개 개인적인 성향에 머물고 있지만, 많은 작품 속에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 예일대학에서 공부했고, 보스턴에서 3년간 변호사로 일한 뒤, 1923년 완숙한 시작법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로 건너갔다.

고국을 떠난 몇 년 사이에 펴낸 〈행복한 결혼 The Happy Marriage〉(1924)·〈흙으로 빚은 항아리 The Pot of Earth〉(1925)·〈달빛에 비친 거리 Streets in the Moon〉(1926)·〈A. 매클리시의 햄릿 The Hamlet of A. MacLeish〉(1928) 등의 시집에서는 에즈라 파운드와 T. S. 엘리엇의 영향이 보인다. 선집에 자주 수록되는 시 〈시작법 Ars Poetica〉(1926)을 쓴 것도 이 시기이다. 1928년 미국에 돌아온 뒤, 〈신대륙 New Found Land〉(1930)을 출판했는데, 여기에는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특징인 소박한 서정적 웅변이 돋보이며, 대표시로 꼽히는 〈그대, 앤드루 마블 You, Andrew Marvell〉도 여기에 실려 있다.

매클리시는 1930년대에 들어와 파시즘의 위협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멕시코 정복과 착취를 주제로 한 〈정복자 Conquistador〉(1932)는 그가 쓴 최초의 대중시이다. 이밖에도 시집 〈록펠러 씨의 도시를 위한 프레스코 벽화 Frescoes for Mr. Rockefeller's City〉(1933)·〈대중연설 Public Speech〉(1936)·〈아메리카는 약속이었다 America Was Promises〉(1939)에 많은 시들이 수록되었다. 라디오 운문극으로는 〈도시의 몰락 The Fall of the City〉(1937)·〈공습 Air Raid〉(1938)·〈위대한 미국의 7월 4일 행진 The Great American Fourth of July Parade〉(1975) 등이 있다.

의회도서관장(1939~44)과 국무차관(1944~45)을 지냈고 정부기관에서 여러 직책을 거친 후 1949년 하버드대학교에서 보일스턴 교수가 되어 1962년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 1952년 〈시선집 1917~1952 Collected Poems:1917~1952〉를 내놓았고 1976년에는 〈New and Collected Poems:1917~1976〉을 발표했다. 성서의 욥 이야기를 토대로 한 극시 〈제이 비 J. B.〉는 1958년 브로드웨이에서 상연되었다. 이밖에 수필집 〈땅의 기수들 Riders on the Earth〉(1978)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