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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프리 호도(湖島)/월리엄 버틀러 에이츠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세계명시

이니스프리 호도(湖島)/월리엄 버틀러 에이츠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2. 15. 11:21



이니스프리 호도(湖島)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



 
기사 이미지


나 이제 일어나 가야겠네, 이니스프리로 가야겠네,
거기에 진흙과 욋가지로 작은 오두막을 짓고,
아홉 이랑의 콩밭을 가꾸고, 꿀벌 한 통 기르며,
벌 소리 요란한 숲 속에 홀로 살리.
그러면 거기에서 얼마간 평화를 얻으리, 왜냐하면 평화는 물방울이 떨어지듯이,
아침의 장막으로부터 귀뚜라미가 우는 곳까지 천천히 오는 것이므로,
한밤엔 온통 희미하게 빛나고, 한낮엔 자줏빛으로 불타오르며,
저녁엔 홍방울새 날개 소리 가득하리.
( … )



이니스프리 호도는 아일랜드에 있는 작은 호수의 섬이다. 예이츠는 1888년 복잡한 런던 시내를 걷다가 느닷없이 이니스프리를 떠올린다. 그곳은 예이츠가 유년의 여름을 보냈던 추억의 공간이다. 물안개에 달빛이 퍼져 “한밤엔 온통 희미하게 빛나고”, 한낮엔 자줏빛의 히스(heath) 꽃무리가 물위에 반사되어 불타오르는 곳, “홍방울새 날개 소리”가 가득한 곳, 그곳을 어찌 잊으리. 시인은 가슴 깊은 곳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다.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이니스프리 호도(湖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