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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시인과 죄수/ 송경동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2. 22. 12:34



시인과 죄수

송경동



천상병시문학상을 받는 날

오전엔 또 벌 받을 일 있어

서울중앙법원 재판정에 서 있었다

 

한편에서는 정의인 게

한편에서는 불법, 다행히

벌금 삼백만원에 상금 오백만원

정의가 일부 승소했다

 

신동엽문학상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날 오후엔

드디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벅찬 소식을 전해 들었다

 

상 받는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닌 듯 종일 부끄러운데

벌 받는 자리는 혼자여도

한없이 뿌듯하고 떳떳해지니

 

부디 내가 더 많은 소환장과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의 주인이 되기를

어떤 위대한 시보다

더 넓고 큰 죄 짓기를 마다하지 않기를

 


    ㅡ시집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창비 2016)



송경동 시인/ 1967년 전남 벌교에서 태어났다. 〈내일을 여는 작가〉와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을 시작했고,

시집 『꿀잠』『사소한 물음에 답함』이 있다. 제12회 천상병 시문학상, 제6회 김진균 상, 제29회 신동엽 창작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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