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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시인과 죄수/ 송경동 본문
시인과 죄수
송경동
천상병시문학상을 받는 날
오전엔 또 벌 받을 일 있어
서울중앙법원 재판정에 서 있었다
한편에서는 정의인 게
한편에서는 불법, 다행히
벌금 삼백만원에 상금 오백만원
정의가 일부 승소했다
신동엽문학상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날 오후엔
드디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벅찬 소식을 전해 들었다
상 받는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닌 듯 종일 부끄러운데
벌 받는 자리는 혼자여도
한없이 뿌듯하고 떳떳해지니
부디 내가 더 많은 소환장과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의 주인이 되기를
어떤 위대한 시보다
더 넓고 큰 죄 짓기를 마다하지 않기를
ㅡ시집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창비 2016)
송경동 시인/ 1967년 전남 벌교에서 태어났다. 〈내일을 여는 작가〉와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을 시작했고,
시집 『꿀잠』『사소한 물음에 답함』이 있다. 제12회 천상병 시문학상, 제6회 김진균 상, 제29회 신동엽 창작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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