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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피고인/ 심언주 본문
피고인
심언주
토마토는 묵비권을 행사 중이다.
할 말을 참느라
토마토는 터질 듯하다.
뾰루지는 영글기도 전에
터뜨려 버리면서
어쩌다 토마토와 가까워졌을까.
가지가 찢어질 정도로 누명을 뒤집어쓰고
내 차례가 오면
어떤 자세로 불려 나가야 하나.
붉으락푸르락 나는
전신 화상을 견디면서
수포처럼 부푸는데
말문이 쉽게 터지지 않는데
어떻게 불거지지 않을 수 있나.
울음을 포장한 채 토마토가 굴러간다.
토마토가 줄줄이 새어나간다.
너는 곧
토마토에 감염될 것이다.
—《시로 여는 세상》2015년 겨울호
심언주 시인 / 1962년 충남 아산 출생. 200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4월아, 미안하다』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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