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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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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피고인/ 심언주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2. 22. 12:38



피고인

심언주




토마토는 묵비권을 행사 중이다.

할 말을 참느라

토마토는 터질 듯하다.

 

뾰루지는 영글기도 전에

터뜨려 버리면서

어쩌다 토마토와 가까워졌을까.

 

가지가 찢어질 정도로 누명을 뒤집어쓰고

 

내 차례가 오면

어떤 자세로 불려 나가야 하나.

 

붉으락푸르락 나는

 

전신 화상을 견디면서

 

수포처럼 부푸는데

말문이 쉽게 터지지 않는데

어떻게 불거지지 않을 수 있나.

 

울음을 포장한 채 토마토가 굴러간다.

토마토가 줄줄이 새어나간다.

너는 곧

토마토에 감염될 것이다.

 

 

      —《시로 여는 세상》2015년 겨울호



심언주 시인 / 1962년 충남 아산 출생. 200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4월아, 미안하다』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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