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파주에게/ 공광규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파주에게/ 공광규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3. 10. 08:00



파주에게


공광규




파주, 너를 생각하니까

임진강변으로 군대 갔던 아들 면회하고 오던 길이 생각나는군

논바닥에서 모이를 줍던 철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라서

나를 비웃듯 철책선을 훌쩍 넘어가버리던

그러더니 나를 놀리듯 철책선을 훌쩍 넘어오던

새떼들이 생각나는군

새떼들은 파주에서 일산도 와보고 개성도 가보겠지

거기만 가겠어요

전라도 경상도를 거쳐 일본과 지나반도까지도 가겠지

거기만 가겠어

황해도 평안도를 거쳐 중국과 소련을 거쳐 유럽도 가겠지

그러면서 비웃겠지 놀리겠지

저 한심한 바보들

자기 국토에 가시 철책을 두르고 있는 바보들

얼마나 아픈지

자기 허리에 가시 철책을 두르고 있어보라지

이러면서 새떼들은 세계만방에 소문 다 내겠지

파주, 너를 생각하니까

철책선 주변 들판에 철새들이 유난히 많은 이유를 알겠군

자유를 보여주려는 단군할아버지의 기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군



     —(『2016 오늘의 좋은시 』푸른사상 2016)



공광규 시인/  1960년 서울 돈암동에서 태어나, 충남 홍성과 보령을 거쳐 청양에서 성장했다. 동국대 국문과와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신경림 시의 창작방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월간 『동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지독한 불륜』 『소주병』 『말똥 한 덩이』 『담장을 허물다』, 논문집 『신경림 시의 창작방법 연구』, 시평집 『시쓰기와 읽기의 방법』, 『여성 시 읽기의 행복』, 시창작론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이 있다. 〈신라문학대상〉 〈동국문학상〉 〈윤동주상 문학대상〉 〈현대불교문학상〉 〈고양행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 ‘작가가 뽑은 가장 좋은 시’에 「담장을 허물다」가 선정되었고, 동시그림책 『구름』이 프랑스에 수출되었다.



'아름다운 시편들 > 명시.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햇살의 말씀/ 공광규  (0) 2016.03.13
트럭같은 1/ 최문자  (0) 2016.03.13
낙태 혹은 낙타/ 서정연  (0) 2016.03.06
기몽(記夢)/ 이경교   (0) 2016.03.06
물류창고/ 이수명  (0) 201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