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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조각보 연대기/ 박미라 본문
조각보 연대기
박미라
이것은 어떤 감옥의 평면도이다
꽃이었다가 물이었다가 타오르거나 가라앉는
모서리들의 힘으로 간혹 눈부시다
빈틈없이 맞물린 도형들 사이를 비집어
붉은 모란 한 송이를 꽂는다
향기 없는 꽃인 걸 잠깐씩 잊으며
노랑 옆에 초록을 두는 진부한 속임수
스물이, 마흔이, 노랑빨강파랑이,
저 눈부신 것들이 꾸려가는 감옥의 나날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반복이 문득 끊기는 귀퉁이
모란은 자라서 가시나무가 되고
감추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갇혔다는 걸 알 때쯤
이 평면도의 출입구는 봉쇄될 것이다
도대체! 조각보 한 장에 다 들어가는 일생이라니
—시집『이것은 어떤 감옥의 평면도이다』(종려나무시선, 2016)
박미라 / 1996년 〈대전일보〉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 시집『서 있는 바람을 만나고 싶다』
『붉은 편지가 도착했다』『안개 부족』『우리 집에 왜 왔니?』『이것은 어떤 감옥의 평면도이다』,
수필집『그리운 것은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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