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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구멍에 들다/ 길상호 본문
구멍에 들다
길상호
아직 몇 개의 나이테밖에 두르지 못한 소나무가 죽었다
허공 기워 가던 마늘 잎 겨우 가지 끝에 매단 채 손을 꺾었다
솔방울 몇 개가 눈물처럼 선명하게 맺혀 있었다
나무가 죽자 껍질은 육체를 떠난 허물이 되어 떨어지고
허연 속살을 살펴보니 벌레들이 파 놓은 구멍이 나무의
심장까지 닿아 있었다. 벌레는 저 미로와 같은 길을 내며
결국 우화에 이르는 지도를 얻었으리라 그러는 동안
소나무는 구멍 속에서 저승으로 가는 길 헤매고 있었겠지
나무가 뒤척일 때마다 신음이 바람을 타고 떠돌아
이웃 나무의 귀에 닿았겠지만 누구도 파멸의 열기 때문에
소나무에게 뿌리를 뻗어 어루만져 주지 못했다
그리하여 벌레가 날개를 달고 구멍을 빠져나가면서
나무는 모든 삶의 통로를 혼자 막아야 했으리라
고목들이 스스로 준비한 몸 속 허공에 자신을 묻듯
어떤 소나무는 벌레의 구멍에 자신을 구겨 넣고 있었다
어쩌면 날개를 달고 나방이 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벌레도 알았으리라 살아남기 위해 저지른 죄과는
어떤 불로도 태워 버리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하여
평생을 빌며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죽은 소나무 앞에서
나는 한 마리 작은 솔잎흑파리가 되어 울고 있었다
길상호/ 1973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한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현대시동인상, 천상병시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오동나무 안에 잠들다', '모르는 척' 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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