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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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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모래시계/신용목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5. 22. 09:40



모래시계

 

   신용목

 

 

잤던 잠을 또 잤다.

 

모래처럼 하얗게 쏟아지는 잠이었다.

 

누구의 이름이든

부르면,

그가 나타날 것 같은 모래밭이었다. 잠은 어떻게 그 많은 모래를 다 옮겨왔을까?

 

멀리서부터 모래를 털며 걸어오는 사람을 보았다.

모래로 부서지는 이름을 보았다.

가까워지면,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의 해변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잤던 잠을 또 잤다.

 

꿨던 꿈을 또 꾸며 파도 소리를 듣고 있었다. 파도는 언제부터 내 몸의 모래를 다 가져갔을까?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지 않아도

나는 돌아보았다.

 

 

 

  

                   —《현대시》2017년 5월호



신용목 /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등에서 현대문학을 공부.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성내동 옷수선집 유리문 안쪽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와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가 있다. 시집 『백만번째 어금니』로 제2회 시작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