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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오른편 심장 하나 주세요/김승희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5. 22. 09:39



오른편 심장 하나 주세요

 

   김승희

 

 

 

사랑은 머리 위로 떨어지는 칼

손으로 잡으면 늘 다치는 것

사랑은 가슴 위로 떨어지는 피

피하려고 해도 꼭 적시는 것

 

세상은 온통 배롱나무 꽃 천지

지금은 꽃의 피가

사방 공기에 다 물들었다

 

앞으로 갈 길에는 주유소가 없을 것 같다는 느낌

기름이 거의 떨어져 가는데

다음 주유소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

 

여기서부터다

주유소가 안 나오면

꽃의 피로 가야지,

못 박힌 자리에서 쏟아지는 피,

오른편 심장 하나 구하려고 배롱나무 꽃그늘에

 

 

                      —《문학사상》2017년 1월호




김승희 / 1952년 光州 출생.  1973년 〈경향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1994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소설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 시집 『태양 미사』『왼손을 위한 협주곡』『미완성을 위한 연가』『달걀 속의 생』『어떻게 밖으로 나갈까』『냄비는 둥둥』『희망이 외롭다』등. 현재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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