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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엄마를 태우다/유병란 본문
엄마를 태우다
유병란
빈집에 모인 자식들이 엄마를 태웠다
여기저기 패이고 흠집이 많은
앉은뱅이 책상위의 책들도
먼지를 뒤집어쓴 채 불길 속으로 사라져 갔다
수없이 열고 닫아 반질반질해진 약장 속에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약들로 가득 차 있고
벽에 걸린 허름한 옷가지에서
엄마 냄새가 난다
해진 옷만 입고 새 옷은 그대로라며
큰언니의 원망 아닌 원망과
상표도 뜯지 않은 옷과 내복들이
불길 속을 맴돌다 사라져 간다
그림자가 뉘엿뉘엿 길게 눕고 있는 텃밭은
앙상하게 마른 고추대궁과 겨울대파 몇 뿌리가
언 몸을 웅크리고 있다
삼일간의 만남을 끝낸 가족들이
하나 둘 차 시동을 걸고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이제 엄마는 없다
긴 고요만 남아 빈 집을 지킬 것이다
ㅡ시집 『엄마를 태우다』(현대시학, 2016)
유병란/충북음성출생. 동국대학교문화예술대학원 석사 졸업. 불교문예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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