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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천지를 다 기울여 매화가/정현종 본문
천지를 다 기울여 매화가
정현종
삼월 하순
매화나무에 온통 작은 꽃몽오리!
그런데 거기 두 송이 먼저 피어 있다!
그럴 때 그 두 송이는
무슨 강력한,
무슨 소리 높게 은밀한 전언을 하고 있다,
천지를 다 기울여 말하고 있다,
나는 전폭적으로
천지를 다 기울여 웃었다!
한반도는 흉흉하고
이 나라는 혼미한데,
정치는 뜻 없이 시끄럽고,
정치판의 얼굴들
나라의 존망이 걱정되는 너무나도 심각한
그런 때의 순간 순간을 넘어가면서도
별로 그런 느낌도 없는 듯,
오 이 나라에는 왜 이다지도
난중에 또 인물난입니까 하느님! 하고
한탄하게 하는
얼굴, 얼굴, 얼굴들……
그 흉흉한 한반도의 여기
그 혼미한 나라의 여기
먼저 피어난 매화 두 송이가
봄이 와도 시들하게 하는
한반도의 우울을 향해
소리 높게 은밀한 전언을 하고 있다,
이다지도 마음을 무겁게 하는 우울을 향해
천지를 다 기울여 말하고 있다……
—《불교문예》2017년 여름호
정현종 / 1939년 서울 출생. 1965년 《현대문학》추천 완료(박두진 시인)로 등단. 시집『사물의 꿈』『그림자에 불타다』외 다수, 시선집『고통의 축제』외. 연세대 국문과 교수로 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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