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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천지를 다 기울여 매화가/정현종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6. 15. 17:07



천지를 다 기울여 매화가

 

   정현종

 

 

 

삼월 하순

매화나무에 온통 작은 꽃몽오리!

그런데 거기 두 송이 먼저 피어 있다!

그럴 때 그 두 송이는

무슨 강력한,

무슨 소리 높게 은밀한 전언을 하고 있다,

천지를 다 기울여 말하고 있다,

나는 전폭적으로

천지를 다 기울여 웃었다!

한반도는 흉흉하고

이 나라는 혼미한데,

정치는 뜻 없이 시끄럽고,

정치판의 얼굴들

나라의 존망이 걱정되는 너무나도 심각한

그런 때의 순간 순간을 넘어가면서도

별로 그런 느낌도 없는 듯,

오 이 나라에는 왜 이다지도

난중에 또 인물난입니까 하느님! 하고

한탄하게 하는

얼굴, 얼굴, 얼굴들……

그 흉흉한 한반도의 여기

그 혼미한 나라의 여기

먼저 피어난 매화 두 송이가

봄이 와도 시들하게 하는

한반도의 우울을 향해

소리 높게 은밀한 전언을 하고 있다,

이다지도 마음을 무겁게 하는 우울을 향해

천지를 다 기울여 말하고 있다……

 

 

 

             —《불교문예》2017년 여름호



정현종 / 1939년 서울 출생. 1965년 《현대문학》추천 완료(박두진 시인)로 등단. 시집『사물의 꿈』『그림자에 불타다』외 다수, 시선집『고통의 축제』외. 연세대 국문과 교수로 정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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