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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신발장을 정리하며/유병란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신발장을 정리하며/유병란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5. 29. 10:45


신발장을 정리하며


 유병란


오래 신지 않은 신발들을 골라내
쓰레기봉투에 담는다


기억에도 없는 하늘색 신발주머니 하나가
신발장 깊은 곳에서 툭 떨어진다


빨간 자동차 무늬가 그려진 작은 운동화 한 켤레


첫 걸음마를 배우던 그때
아이는 저 작은 신발을 신고
뒤뚱뒤뚱 넘어질 듯 나를 향해 걸어왔었다


손뼉을 치며 응원하던 그때 내 얼굴은
흐드러진 벚꽃 웃음처럼 봄날이었다


이제 아이는 나룻배 같은 커다란 신발을 신고
품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갔다


헐렁해진 신발장처럼 텅 빈 가슴속에 바람이 분다



      ㅡ시집 『엄마를 태우다』(현대시학, 2016)



유병란/충북음성출생. 동국대학교문화예술대학원 석사 졸업. 불교문예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