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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물이 끓는 시간/손병걸 본문
물이 끓는 시간
손병걸
틈이란 틈을 다 비집고 날아오르는
커피포트 속 물소리처럼
모든 날갯짓은 다 뜨거운 걸까
시력을 잃고 엎질러진 물처럼
내 생이 밑바닥 밑바닥으로 스미는 동안
오래전 몸속에서 식은 시간이 끓어오른다
가벼움과 무거움은 하늘과 땅 사이
그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불고
투명한 벽은 점점 더 두께를 키웠을까
뜨겁고 서늘함이 한바탕 뒤엉키며
고인 시간이 비등점에 이를 즈음
커다란 날개 한 쌍이 활짝 펴진다
적절한 온도의 바람이 불고
모든 틈이 사라진 여기가 바로
내가 간절히 원한 절정
그러나 지금은 잠시
펼쳐진 날개를 접어야 할 때
커피포트의 전원을 끄고
벌어진 생각을 메우듯
스물 네 시간 쉬지 않을 내 몸에 전원을 켠다
—《시와 정신》2017년 여름호
손병걸 / 1967년 동해 망상 출생. 대관령종합고 졸업. 1997년 중도 실명으로 시각장애 1급 판정 받음. 2005년 〈부산일보〉신춘문예 가작 입선. 시집 『푸른 신호등』『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통증을 켜다』. 2013년 경희사이버대학원 미디어문예창작과 석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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