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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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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근육/류근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6. 18. 20:51



고독한 근육


 류근




내게서 한 걸음도 달아나지 못하고

일없이 왔다 가는 밤과 낮이 아프다

며칠씩 눈 내리고

길은 홀연 내 안의 굽은 등성이에서도 그쳐

여기서 바라보면 아무런 뜻도 아닌

열망과 그 너머 자욱한

추억의 첩첩 도끼 자국들

내 안의 저 게으른 중심에

집도 절도 없이 가로누운 뼛조각 환하고

이제 어디로든 흘러가 몸 풀고 싶은

옛사랑 여기 참 어둡고

변방까지 몰린 시간이 오래도록 누워 사는

생각의 지붕들 위에 낮은 키로 쌓인다

눈 맞은 나무들이 고스란히

제 생애의 무게를 향해 손을 내밀 때

어디로도 향하지 못한 존재의 저,

광활한 배후




      ㅡ『어떻게든 이별』 (문학과 지성사 2016)



류근/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충북 충주에서 자랐으며,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으나, 18년간 공식적인 작품 발표를 하지 않았다. 2010년 시집 『상처적 체질』을 펴냈다. 산문집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등을 출간했다. KBS 「역사저널 그날」 패널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