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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북양항로北洋航路 /오세영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북양항로北洋航路 /오세영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6. 15. 17:08



북양항로北洋航路

 

   오세영

 

 

 

엄동설한,

벽난로에 불을 지피다 문득

극지를 항해하는

밤바다의 선박을 생각한다.

연료는 이미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나는

화실(火室)에서 석탄을 태우는

이 배의 일개 늙은 화부(火夫).

낡은 증기선 한 척을 끌고

막막한 시간의 파도를 거슬러

예까지 왔다.

밖은 눈보라.

아직 실내는 온기를 잃지 않았지만

출항의 설렘은 이미 가신 지 오래,

목적지 미상,

항로는 이탈,

믿을 건 오직 북극성, 십자성,

벽에 매달린 십자가 아래서

어긋난 해도(海圖) 한 장을 손에 들고

난로의 불빛에 비춰 보는 눈은 어두운데

가느다란 흰 연기를 화통(火筒)으로 내어 뿜으며

북양항로,

얼어붙은 밤바다를 표류하는,

삶은

흔들리는 오두막 한 채.




            —시집『북양항로』(민음사 2017. 5)



오세영/ 전남영광 출생. 1968년 《현대문학》1월호에 박목월 시인의 추천 완료로 등단. 시집 『봄은 전쟁처럼』『적멸의 불빛』『시간의 쪽배』『별 밭의 파도 소리』『바람의 아들들』등과 학술서『시론』『한국 현대 시인 연구』『한국 낭만주의시 연구』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