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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날짜변경선/최금녀 본문
날짜변경선
최금녀
새우 요리에서 바다냄새가 나지 않았어요 새들 때문인가 봐요 베란다에서 바닥을 찍어 먹던 섬새들이 베란다를 낚아채 바다 쪽으로 갔어요 사랑했나 봐요
갑자기 개망초 꽃의 향기가 생각나지 않았어요 섬사람들을 따라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샌들을 신고 개망초꽃 위를 돌아다녔어요 몽유병이구나 생각했어요
섬의 나무들이 육지 나무들보다 불행해 보였어요. 나무들이 발가락 사이에 남은 모래알을 계산하고 있었어요.
떠나는 아침, 쓰다 남은 사랑을 새의 빈 기름통에 부어주었어요
새의 부리가 길게 자라겠지요.
날짜변경선을 넘고 있어요.
—《시산맥》2017년 여름호
최금녀 / 1942년 함남 영흥 출생. 《자유문학》소설 입선. 1999년 《문예운동》을 통해 시로 등단. 시집『들꽃은 홀로 피어라』『가본 적 없는 길에 서서』『내 몸에 집을 짓는다』『저 분홍빛 손들』『큐피드의 독화살』『바람에게 밥 사주고 싶다』, 시선집『한 줄 혹은 두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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