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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설원의 불빛/송종찬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설원의 불빛/송종찬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7. 27. 10:15



설원의 불빛

 

  송종찬


 

 

기차의 칸칸은 말줄임표

저녁 여섯 시 침목을 울리며

이르쿠츠크행 기차가 수문을 돌아 나가네

어제는 열두 량 객차가 지나더니

마흔 개가 넘는 화차가 꼬리를 물고서

점점 아득해져가는 부호 속에는

고생대의 불씨를 간직한 석탄이 숨 쉬고

도시를 떠나는 누이도 잠들어 있겠다

기차가 지나간 뒤 설원에 쓰일

잎갈나무 가는 잎새들의 서정시

기적을 울리며 산길을 지날 때마다

옛사랑도 잠결 속을 다녀가겠다

경사 깊은 통나무 집에 야생 차가 끓고

우랄 산맥 넘어 바이칼 호 지나

기차의 꽁무니를 따라가다 보면

샤프카를 쓴 여인이 눈을 맞고 섰을까

극동행 마지막 열차가 떠나간 뒤

텅 빈 철교 위에 빛나는 불빛



    —시집『첫눈은 혁명처럼』(중앙북스, 2017. 2)




송종찬 / 1966년 전남 고흥 출생.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졸업. 1993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리운 막차』『손끝으로 달을 만지다』, 러시아어 시집『시베리아를 건너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