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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당신이라는 의외/이용임 본문
당신이라는 의외
이용임
자다 깨니 심장이 간지러워서
뒤적여보니 다족류 벌레가 있더라
발이 많아 간지러웠나
기생의 병을 이기지 못하고
신발이 되거나 주걱이 되었다는 이웃의 이야기는
구닥다리 신문에서 읽었는데
신발도 없이 언 발로 서걱이느라
벌레의 큰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더라
차마 죽일 수가 없어 유리그릇에 넣고
매일 피 한 방울을 먹이며 키웠다
피가 진득한 밤이면
유난히 입맛을 다시는 벌레가 귀여워서
한두 방울 더 주기도 했다
벌레는 자라고 나는 마르는
어느 부모자식 같은 신파가 한 계절,
자다 깨니 심장이 간지러워서
뒤적여보니 삭은 피가 우수수 쏟아지더라
벌레를 품고 자다
다족류 벌레가 된 이웃은
짝이 맞지 않는 신발 때문에 고민이 많다던데
벌레의 골격으로 이루어진 심장을 더듬어도
이제는 너무 커다란 벌레를 집어넣을 수 없다
나는 네 이름의 텅 빈 문이 되었구나
밤새 꿈에 담아 데워놓은 신을 신고
너는 부지런히 멀리 사라지렴
굳은 피 귀퉁이를 잘라 먹이며
벌레의 작은 발을 쓰다듬는다
눈보라 속의 발
내가 닿는 혈관마다 겨울이 될 거야
너는 내가 그린 지도가 될 거야
병은 정처 없어
발만 묻힌 무덤에 공양하였다
벌레는 자라고
스멀거리는 감각만 오래 남아
기면증을 앓았다
자다 깨니 심장이 간지러워서
—《시와 사람》2017년 여름호
이용임 / 경남 마산 출생.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안개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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