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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도미는 도마 위에서/ 김승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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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는 도마 위에서/ 김승희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7. 27. 10:24



도미는 도마 위에서

 

   김승희

 

 

도미가 도마 위에 올랐네

도미는 도마 위에서

에이, 인생, 다 그런 거지 뭐,

건들거리고 산 적도 있었지

삭발한 달이 파아랗게 내려다보고 있는 도마 위

도미

물방울이빨랫줄에조롱조롱

 

도미는 도마 위에서 맵시를 꾸며보려고 하지만

종말에 참고문헌과 각주가 소용이 될까?

비늘을 벗기고 보면 다 피 배인 연분홍 살결

그래도

고종명에 참고문헌과 각주가 소용이 되느니

물방울이빨랫줄에조롱조롱

 

도미가 도마 위에서

도미가 도마 위에서

몸서리치는 눈부신 몸부림

부질없는 꼬리로

도마를 한번 탕 치고 맥없이 떨어져

보랏빛 향 그윽한 산천



   

            —시집『도미는 도마 위에서』(난다, 2017. 6)



김승희 / 1952년 光州 출생.  1973년 〈경향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1994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소설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 시집 『태양 미사』『왼손을 위한 협주곡』『미완성을 위한 연가』『달걀 속의 생』『어떻게 밖으로 나갈까』『냄비는 둥둥』『희망이 외롭다』등. 현재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