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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구도자/ 고재종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9. 13. 16:33



구도자

 

  고재종

 

 

나무는 결가부좌를 튼 채 먼 곳을 보지 않는다

나무는 지그시 눈을 감고 제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메마르고 긴 몸, 고즈넉이 무심한 침묵

나무는 햇살 속을 흐른다 바람은 나무를 관통한다

 

나무는 나무이다가 계절이다가 고독이다가 우주이다가

스스로 아무것도 아닌 나무이기에 나무이다

 

제 머리숲을 화들짝 열어 허공에 새를 쏘아 댄들

나무는 거기 그만한 물색의 한 그루 나무로 서 있다



          —시집『꽃의 권력』(문학수첩, 2017)



고재종 / 1957년 전남 담양 출생. 1984년 《실천문학》신작시집『시여 무기여』에 시 8편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새벽 들』『사람의 등불』『날랜 사랑』『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쪽빛 문장』『꽃의 권력』, 육필 시선집『방죽가에서 느릿느릿』. 산문집『쌀밥의 힘』『사람의 길은 하늘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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