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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440)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그리움의 불씨 꺼내 점등을 하다 조은설 짧은 가을 해가 덧문을 걸어요 올해는 고추 당초 매울 거라는 겨우살이 한 무리의 철새들이 정든 도래지를 떠나려 해요 품속 깊이 묻어둔 그리움의 불씨 꺼내 점등을 하고 바람의 갈기엔 두 날개를 꼭꼭 비끄러매지요 한 바퀴 호수를 돌며 나이테를 감은 후 젖은 눈으로 인사를 하지만 잠시 다녀올 길, 아무도 떠난다 말하지 않아요 새벽이 오면 차렵이불 꺼내 덮어주던 물안개, 잘 익은 노을의 쇄골이 얼비치던 까만 눈동자들은 수만 킬로 여행길의 연료가 될 거예요 머릿속에 그려둔 지도, 그 검은 입속으로 풍덩 풍덩 뛰어드는 철새들 한 옥타브 목울대 끌어올릴 때마다 쏟아지는 비릿한 갯내음들 물소리들 등 푸른 날갯죽지 힘껏 밀어 올려요 ―계간 《미네르바》 2022년 여름호 ------..
어떤 후생 이용헌 의자가 되기 위하여 나무는 오래 서 있는 법을 배웠다 의자가 되기 위하여 나무는 밖에서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의자가 되기 위하여 나무는 새들을 앉혀보고 바람을 앉혀보고 어둠 속에서 견디는 법을 배웠다 의자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의자가 되는 순간 나무는 기꺼이 목숨을 버리고 한평생 받들던 하늘 대신 영혼으로 사람을 받들었다 ―계간 《시와 정신》 2022년 여름호 -------------------- 이용헌 / 광주 출생. 2007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시집 『점자로 기록한 천문서』.
양파가 나를 훔쳐간다 김승희 양파가 나를 훔쳐간다 거울과 거울이 마주 보며 서로 훔쳐가듯 양파와 나, 마주 보며 서로 훔쳐간다 양파는 주인공이 없는 하나의 비애극 뼈도 없고 속도 없고 이빨도 없고 결사항전도 없이 폐허의 파편으로 눈동자에 매운 맛이 가득 고인다 바람이 부는가, 한 잎 한 잎 난해한 돌고 도는 운명 속없는 양파에 속절없는 나로다 양파가 나를 훔쳐간다 속잎 한 장씩을 떼어가다 보면 하얀 비애로 물들여진 폐허에 속없는 양파 속절없는 나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는 오라고 시인은 노래했는데 껍데기가 알맹이고 알맹이가 껍데기인 양파 속없는 한가운데 저 위험한 허공을 감춘 양파 옛날 어린 시절 만화책에서 본 것 같다 늘 붕대를 칭칭 온몸에 감고 다니는 남자 친절하고 따뜻하고 훌륭한 그 남자 붕대를 칭칭 ..
미워지는 밤(외 2편) 이미산 잠들기 전 꺼내보는 얼굴 하나 여긴 종일 비가 왔어요 당신도 비를 맞았나요 어두워지면 불러보죠 그곳에 어울리는 표정으로 보이는 삶과 보이지 않는 생의 매듭이 된 당신 미소로 시작된 우리의 처음이 있었고 미소로 주고받은 뜨거운 질문이 있었고 질문의 동굴에서 실패를 걸어놓고 사랑이라는 게임을 하며 수없이 들락거렸죠 물방울 뚝뚝 떨어졌죠 나는 어제 내린 빗물이라 하고 당신은 아담과 이브의 눈물이라 하고 언제나 동굴의 자세로 당신은 나를 안아주었죠 그리하여 우리는 각자의 동굴 이후라는 그리움 이제는 혼자 걷고 있죠 우리의 비 수억 년 떨어지는 그 물방울 한때 미치도록 궁금했던 모든 당신 자꾸만 희미해지는 이런 내가 미워지고 있죠 흐르는 혀 말의 샤워를 퍼붓는 혀가 있다 통속을 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