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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아름다운 시편들 (730)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횡천(橫川) 이창수 시냇물이 옆으로 흘렀네 마을에 식자가 있어 횡천이라 불렀네 시냇물 따라 버드나무가 심어졌고 버드나무는 새와 구름 불러왔네 냇가에 작은 술집도 생겼다네 술 취한 사람들이 옆으로 걸었네 횡천 거슬러 올라가면 푸른 학 날아다니는 청학동이 나온다네 시절이 하 수상해지면 순한 사람들이 청학동에 들어와 살았네 사나운 도적들이 찾아왔지만 나무꾼이 되거나 다시 돌아갔다네 횡천에 다리가 놓이고 시장이 섰네 길이 포장되고 자동차가 다니기 시작했네 사람들도 앞만 보고 걸었네 구불구불 길도 직선으로 바뀌고 논도 밭도 바둑판이 되었다네 사람들은 직선을 숭배했네 그러든 말든 횡천은 옆으로만 흘렀다네 횡천 가로질러 그물이 쳐 있었으나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네 강물에 일월성신日月星辰 희미하게 보였지만 그건 아무나..
COVID-19 채수옥 하염없이 우거지는 잠이 보입니다 깊게 뿌리내리는 짐승이라 고요 매일 다섯 통의 피를 뽑아가니 원인도 모른 채 침대는 야 위어갑니다 나를 열어보세요 내용물은 보라입니다 침대 밖 국경까지는 얼 마나 남았습니까 얼굴을 뒤집어 보면 줄거리가 요약되나요 나 는 아직 전염에 취약합니까 이곳에서 할 일은 단지 잠을 자고 밥을 먹고 똥을 눈 다음, 브리 스톨 스툴 차트에 따른 유형을 보고하는 일 나는 아직 7번 타입 입니다 완전 액체 소세지 타입으로 진입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요 나의 잠은 아직 소독 중입니까 우리는 설사 같은 관계라 할 수 있을까요 상식이 액체로 흘러 바닥을 적시는 날이 오면 고글을 쓰고 우주복을 입은 자들이 인 간들을 수거해 간다지요 옆구리에 바구니를 끼고 침대에서 ..
문숙의 「거울」 감상 / 박미산 거울 문 숙 수족관 물고기들은 상처가 많다 가까이 있는 물고기를 벽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아도는 먹이 앞에서도 서로 물고 뜯고 싸운다 눈을 파먹히고 지느러미가 잘려도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제 것을 고집하느라 제 몸에 끝없이 상처를 낸다 수족관 한 귀퉁이에는 텅텅 불은 먹이가 오물처럼 썩어 간다 한 아이가 수족관 밖에서 물고기를 관찰하며 웃는다 누가 내 바깥에서 나를 훔쳐보고 있다 .......................................................................................................................................................................
상자 속 상자의 세계 하린 방 한가운데에 상자를 놓고 상자 속에 또 상자를 넣는 사람의 마음을 생각한다 취급주의가 써져 있으면 좋으련만 열 때 울지 마, 열고 나서 웃지 마, 라고 써져 있으니 도대체 애인은 무엇을 보낸 걸까 돌아온 것이 베개가 기억하던 한숨이라면 옆구리가 갑자기 갖게 된 광장이라면 머뭇거릴 필요 없었을 게다 차라리 죽은 이가 죽기 이틀 전에 보낸 상자라면 심호흡을 하고 죄책감을 품에 안으면 된다 그런데 상자 안에 상자라니 감정 안에 감정이라니 내가 당신에게 보낸 건 시나 일기 같은 가벼운 것들뿐인데 흔들고 귀를 대보면 기척이 난다 만약 돌멩이가 들어있다면 기꺼이 난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을 내어줄 것이고 음산한 분위기를 먹고 자란 음지식물이라면 식물이 화를 내도 다 받아줄 텐데 자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