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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아름다운 시편들 (730)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김사인의 「아무도 모른다」 감상 / 김기택 아무도 모른다 김사인 나의 옛 흙들은 어디로 갔을까 땡볕 아래서도 촉촉하던 그 마당과 길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개울은, 따갑게 익던 자갈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앞산은, 밤이면 굴러다니던 도깨비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런닝구와 파자마 바람으로도 의젓하던 옛 동네어른들은 어디로 갔을까 누님들, 수국 같던 웃음 많던 나의 옛 누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배고픔들은 어디로 갔을까 설익은 가지의 그 비린내는 어디로 갔을까 시름 많던 나의 옛 젊은 어머니는 나의 옛 형님들은, 그 딴딴한 장딴지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나의 옛 비석치기와 구슬치기는, 등줄기를 후려치던 빗자루는, 나의 옛 아버지의 힘센 팔뚝은, 고소해하던 옆집 가시내는 어디로 갔을까 나의 ..
석류 손택수 석류가 붉은 건 다 설명할 수 없다 석류는 천연 에스트로겐만도 아니고 여름의 소나기와 천둥과 뙤약볕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치 당신에게 내가 이끌리는 이유처럼, 이유를 몰라도 좋은 이유처럼 그걸 그늘이라 부른다면 석류는 그늘로 살찐 과육이다 물론 그 또한 나의 해명에 지나지 않겠지만 적어도 석류를 사랑으로 외롭게 하지는 않겠다는 뜻 해마다 석류가 붉는 것은, 석류 앞에 내가 서 있는 것은 석류의 비밀을 너와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풀고 풀어도 풀 수 없는 비밀을 함께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석류는 그저 석류이다 석류로서 투명하고 석류로서 충만할 뿐이다 침이 고이는 것들은 대체로 그렇질 않던가 ⸺계간 《시인시대》 2021년 가을호 ------------------ 손택수 / ..
크고 둥근 식탁 문성해 난 크고 둥근 식탁을 주문하고 싶어 아무래도 열대우림의 원목들이 좋겠지 꼭 바다를 건너 온 놈이었음 해 태풍의 심장도 더듬어 보고 흰수염 고래의 물기둥에도 이력이 나 있는 이왕이면 아침에 켠 원목이면 더욱 좋겠지 비바람에도 끄떡없는 가지로 네 개의 다리를 만들고 푸른 이파리의 화관을 둘러본 둥치로 상판을 만들 테야 당신은 그 위로 새둥지 같은 장바구니를 매번 얹을 테지 계란과 풋것들이 홈타운인 양 술렁거리는 좁은 집안 가득 찬 그것과 동거한다면 모든 밤이 후끈한 열대야 같을 거야 자고 나면 끼니가 오는 것과 새벽의 식탁에 어린 부엉이처럼 앉은 당신이 희고 둥근 하품을 뭉게뭉게 빚어내는 것도 신기할 거야 난 비바람과 칡넝쿨이 번갈아 업어 키운 크고 둥근 물푸레나무 식탁을 가지고 싶어..
12월의 집 길상호 지하층엔 구십 세 노인이 산다고 했다 남은 체온으로 심장을 돌리는데 계량기 눈금이 너무 천천히 움직였다 일층에는 유령이 가꾸는 고무나무 화분 이층에는 계약도 없이 몇 달째 거주하는 바람 깡마른 시인이 짐도 없이 이사를 와 옥탑방을 채웠다 말수 적고 귀가 어두운 세입자들뿐이라서 층간소음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집도 반 이상은 죽은 몸 얼음이 낀 핏줄은 때때로 막히고 흐릿한 창 몇 개만 겨우 눈을 빛냈다 동파된 방을 두고 떠날 때까지 한 달 시인은 한 편의 시도 쓰질 못했고 구십 세 노인은 나이가 한 살 늘었다 일층의 유령과 이층의 바람에게는 딱히 떠난다는 인사도 남기지 않았다 ⸺계간 《시인시대》 2021년 가을호 ------------------ 길상호 /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