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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아름다운 시편들 (730)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수혈 (외 2편) 조성국 홍등 켜진 황금동 콜박스 근처가 아닌가 싶다 빳다방망이 든 써클 선배한테 이끌려 억지 동정을 떼려던 게 문득 생각난 유난히 깊고 검푸른 저녁이 아니었는가 싶다 하필이면 낭자한 핏빛 홀복을 입고 유리방 속에 진열된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혹시나 병상에 드러누운 내가 피가 모자랄 것 같으면 가두방송으로 헌혈을 부탁할 거라고 말을 건네었을 듯 총상 깊은 광주 천변 적십자병원 응급실에서가 아니었는가 싶다 손수 찾아온 피가 한 방울 두 방울 내 몸속으로 뛰어내려 스미던 그 늦은 봄밤이 어제이련 듯 생생하기 그지없어서 그런가 싶다 굳이 내가 이 본적의 도시를 한 번도 떠나지 못하는 끝내 저버리지 못한 까닭이 있다면, 있었다면 내 나이를 물으니까 나이를 말할 때면 나는 한참이나 젊어진다 아카시..
잘방잘방 가을 강은 할 말이 참 많답니다 저렇게 눈부신 석양은 처음이라고 내가 입을 열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도무지 닫혀 있던 입 흰 귓바퀴 꽃을 봅니다 안개 짙은 그 하얀 꽃을요 나는 휠체어를 밀어주면서 한 바퀴 즐거운 나의 집, 두 바퀴 세 바퀴 현(絃)을 타 봅니다 눈감고 오물오물 따라하는 어르신 핑 돌아 떨어지는 눈물 한낮의 요양원 창밖으로 찔끔 찍어 냅니다 사람들은 먼 나무위에 앉아 졸고 가을 강은 나를 자꾸 떠밀고 갑니다 알 없는 안경너머로 두 다리 유니폼의 건장한 날이 있습니다 서슬 퍼런 기백이 있습니다 백지로 두고 떠나자고 말한 적 있답니다 구절초 강아지풀 억새 어우러진 둔덕 제 모습에 반해 석양을 품은 비록 비위관(脾胃管)에 연명하지만 포르르 동박새 동백나무에 오르고 옛 기억 하나둘 돌아..
삽화=신기영 엄마 달과 물고기 물고기는 내 오빠다 오빠가 물고기인줄 알면서도 내 엄마 달은 물살에 휩쓸려 떠밀려가는 물고기를 잡지 못한다 그러나 엄마는 달이다 눈물이 없는 달 우리가 잠든 밤마다 환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하면서 놀라고 걱정스럽게 만드는 달 말이다 이런 달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생각만 많다 물거품이 이는 곳에 가면 은빛 곡선을 가진 오빠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아기가 발을 핥고 있어서 젖 물릴 때가 됐다고 한다 물고기의 얼굴은 내 얼굴 우리는 형제다 물속에 잠긴 달이 운구릉을 헤적거리다 곱은다리에서 암흑 속으로 내려간다 이번에는 검은 그림자에 싸여 비틀거리는 아빠도 함께다 그러나 엄마는 달이다 힘이 세다. 당선 소감/ 시 김미경 시 당선 김미경 녀석은 주로 빛이 어스름할 때 또는 밤중에 ..
수상소감 "잠겨 있다고 믿었던 문을 어떻게든 열어보는 일" 2022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오산하 어떻게 시작하고 끝맺어야 할지 모르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이렇게 써도 되는 거야? 스스로를 끝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곳에서 작은 틈새를 찾아내는 일. 그 사이를 기어코 비집고 들어가려고 애써보는 일. 잠겨 있다고 믿었던 문을 어떻게든 열어보는 일. 작은 시작이 모이고 모여 큰 우리가 된다고 믿습니다. 저의 시를 읽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언제나 언어 하나를 던져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모두들 제가 건네는 처음을 꼭꼭 씹어 주기를, 출렁이고 경계를 지우고 명명하고 다시 경계를 지우며 건넨 이야기의 다음과 그 다음을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계속 시를 쓸 수 있게 지탱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