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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아름다운 시편들 (730)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대에게 몸으로 물을 주는 건, 그에게서 달콤한 봄 냄새가 나기 때문이지 내 주변엔 봄이 너무 많아 침대도 나에겐 봄이야, 그건 아마도 침대를 향한 나의 일방적인 편애일지도 모르겠어 침대는 해마다 겨울이 알려주는 장례관습 따위엔 관심 없어 꿈과 현실 사이에서 철없이 스프링을 쿨렁거려도 푸른 봄은 여전히 아지랑이처럼 오고 있을테니까 침대 위에서 휴대폰 속 이미지나 사건들을 클릭하고 닫는 동작은 무의미해 그때마다 끝이 보이지 않던 내일이 침대 커버처럼 단순해질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 침대의 생각은 참으로 명료해 홀쭉하게 들어간 배를 쓰다듬으며, 지난밤 겹의 무게 뒤에 펼쳐진 피로를 걷어내고 비로소 자리에서 일어날 힘을 얻지, 그건 내일이 던져줄 공복을 향한 강한 의지인 거야 공복은 채움의 예비의식이기도 해 그..
[당선 소감] “정말 원하는 빛깔의 시 나올 때까지 정진” 삶 속 어둠이 시 자양분 돼 스승과 가족·문우들에 감사 강영선씨 광부이자 농부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의 고단한 삶을 다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새벽녘 낡은 자전거를 타고 막장으로 가던 바퀴 소리를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주말에는 사과밭에 농약을 치던 그의 젖은 등이 선연합니다. 노동의 무게로 아버지의 등은 늘 굽어 있었지만 그런 아버지에게 배운 건 게으름 피우지 않는 성실이었습니다. 그저 말없이 묵묵히 일하시는 모습이 평범한 나에게 시를 붙잡고 있게 했습니다. 살면서 어둠이 나를 늘 따라다닌다 생각하여 피하려고만 했던 지난날이 떠오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둠 속에 있을 때 가장 밝았던 것입니다. 희망이라는 등불이 있었으니까요. 어둠을 끄면 밝..
잘 여문 것 좇아 줄기와 가지 따라 억지로 삼키던 몇 모금의 물 따라 바쁘게 걸어온 길에서 폴짝 뛰어오른다 느껴지지 않던 중력이 어느 순간 무거워져 곤두박질치는 것이다 날아오르는 것이다 떨어질 때가 된 사과는 서서히 붉어지는 것이고 떨어지고 난 사과가 여전히 싱싱한 것은 사라지지 않은 관성, 따르다 남은 습관 탓이다 사과의 단맛은 그런 식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과를 가졌을까 하루에도 몇 개의 사과가 공중으로 날아오를까 저로부터 최대한 멀리 뻗어 그러나 고작 몇 발자국 사과를 배웅 나갔다가 휘어졌던 가지가 그 탄력으로 복원되는 궤적을 그리며 돌아온다 돌아오는 가지 하나 횡단보도를 건넌다 걸음 재촉하는 신호등 가던 길 멈추고 고개 돌려 옆을 보았다면 중력이 늘 같은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거나 받아들이..
미역국 강일규 삽화=이형우 산부인과 병원 근처엔 혼자 우는 울음이 많다 팔을 벌리고 부를 이름이 없어 한낮에도 울음이 바람을 끌어안고 멸망을 낳는다 저만치 뒤따라오던 아내가 전봇대를 붙잡고 이름 없는 이름을 부르며 울고 있다 미안 미안 건너편 정류장에서도 한 여인이 어리어리한 앳된 딸아이를 끌어안고 있다 괜찮아 괜찮아 대기실에서 마주쳤던 한 남자와 한 남자가 보호자란 인연으로 눈빛이 스칠 때마다 놓친 연과 놓은 연을 위로했다 아내의 울음이 자궁 밖으로 다 빠져나가길 기다렸다가 돌아오는 길에 소고기 반근을 샀다 당선소감 "아픈 이들 보듬는 따뜻한 시 쓰겠다" 강일규 시클라멘 화분에 영희 씨 젖꼭지만한 붉은 망울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꽃을 터트리기 전 베란다에서 햇살을 즐긴다는 그녀, 피고 지면 또 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