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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명시 (502)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비를 심다 (외 1편) 신영조 비 내리는 오늘은 텃밭에서 당신을 나의 밭에 심었습니다 빗줄기 소리는 시원했습니다 당신을 심는 내 마음에 내내 뻐꾸기가 울곤 했습니다 내 속에 심은 당신이 행여 가뭄 들까 내 속에서 크는 당신이 행여 홍수질까 나의 둑에 갇힌 당신을 어제는 잠시 허물기도 했습니다 뙤약볕이 우리가 걸어간 밭을 쪼개어도 긴긴 장마가 우리가 지나온 길을 없애도 먹먹한 개구리의 기막힌 소식과 함께하면 밭둑에 혼자 서 있는 날도 바람 불지 않았습니다 돌아다봅니다 젖어있던 밭둑도 내일 아침이면 짱짱 장화의 뒤축에 눌린 젖은 날도 한결 가벼워질 것입니다 가죽나무 사이에 걸린 가죽 같은 건조한 날도 당신과 함께하는 밭둑에서 비를 한번 심는다면 잠시 메말랐던 퇴근길은 막걸리 잔 속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낼 것..
김기림의 「연애의 단면」 감상 / 곽재구 연애의 단면 김기림 애인이여 당신이 나를 가지고 있다고 안심할 때 나는 당신의 밖에 있습니다 만약에 당신의 속에 내가 있다고 하면 나는 한 덩어리 폭탄에 불과할 것입니다 당신이 나를 놓아 보내는 때 당신은 가장 많이 나를 붙잡고 있습니다 애인이여 나는 어린 제비인데 당신의 의지는 끝이 없는 밤입니다 .................................................................................................................................................................................................................
가라앉는 섬(외 1편) 신새벽 “이 처방전을 들고 절대 약국을 지나치지 마시오“ 의사는 내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명령하듯 말한다 미열처럼 권태로운 일상 테두리 부서지는 감정선들 은유의 사막화로 칭얼거리는 나에게 건네준 처방전 거대한 어항을 닮은 바다가 창문 넘어 일렁이고 중력이 비껴간 불가사리들이 하늘을 나는 약국 모든 은유가 진열된 그곳엔 초조와 불안을 잠재울 약들이 가득하다고 치자꽃 향기 나는 네루다*파스를 가슴에 붙이면 가라앉으려던 정서의 섬이 조금은 떠오를 거라고 동백꽃 문장들로 만든 환丸은 길고 긴 글자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처방 모호한 형체를 한 섬들이 떠다니는 진료실 호흡은 비상등처럼 깜박이고 검은 글씨로 빼곡한 처방전이 파르르 의사뒤편, 흐릿한 거울에 내 반쪽 얼굴이 비추고 있다 *칠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