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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물의 언더그라운드/오정국 본문
물의 언더그라운드
오정국
물의 뿌리는 눈으로 헤아리기 어렵다
물방울로 꺼지고 빗줄기로 흩어진다
내가 쇠파이프를 박았던 물의 대지는
덤프트럭의 바퀴자국을 묵묵히 삼켰다
물의 잎사귀는 나보다 높은 데서 흔들리고
나보다 앞서서 헤엄친다
나는 통으로 관으로 물을 실어 나르며
물의 노동을 거들어 주는 자
물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물은 사방으로 나를 풀어놓고 가둔다
물의 뿌리가 나를 일으켜
직립의 호모사피엔스로 살아가게 한다
물은 언제나 저쪽을 두드린다 철근과 시멘트와
페트병의 무덤, 그리고
내 일터의 험악한 계단을
식탁에 물 컵이 놓여 있듯이, 물은
맨손으로 들어 올릴 수 없다 뜻밖의 깊이 때문이다
물에는 가정법 미래가 통하지 않는다
현존의 투신이 있을 뿐이다 사막이든 산악이든
물이 내 몸을 부른다 일평생의 내가
물에 투신하고
물의 벨트는 외따로 끊어져서 죽는다
자존의 칼날이 잠깐 빛난다
—《시사사》 2017년 9-10월호
오정국 / 1956년 경북 영양 출생. 1988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 『저녁이면 블랙홀 속으로』『모래 무덤』『내가 밀어낸 물결』『멀리서 오는 것들』『파묻힌 얼굴』『눈먼 자의 동쪽』. 문학 평론집『시의 탄생, 설화의 재생』『비극적 서사의 서정적 풍경』. 현재 한서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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